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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중독과 같이 좀 더 현대적인 강박 충동, 이 강박 충동은 아마도 우리가 정보를 얻을 때 조상 전래의 회로가 보상을 주면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심리학자 조지 밀러(George Miller)의 표현대로 우리는 모두 '정보탐식자(Informavore)'다. 그리고 사실들을 즐겨 수집했던 선조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별 관심이 없던 선조들보다 어떻게 더 번식하게 되었을지 상상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정보 욕구를 좀 더 까다롭게 제어할 수 있다면, 아마도 우리 모두는 지금보다 더 잘 지낼 것이다. 셜록 홈스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악명 높다. 우리가 귀담아들을만한 그의 이론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원래 인간의 뇌라는 것은 텅 빈 작은 다락방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어떤 가구로 채울 것인가는 여러분이 선택하기에 달렸다. 멍청한 사람은 그가 발견하는 온갖 종류의 잡동사니들을 죄다 갖다 놓는다. 그래서 정작 그에게 쓸 만한 지식은 밖으로 밀려나거나 또는 기껏해야 다른 많은 것들과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어서 그것을 꺼내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쓸데없는 사실들이 유용한 것들을 밀쳐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셜록 홈스는 가공의 인물일 뿐이다. 실제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 홈스처럼 절제된 또는 섬세하게 조율된 정보수집 체계를 지니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우리 대부분의 경우에는 거의 모든 정보가 쾌락 미터기를 상승시킬 수 있다. 밤늦은 시각에 인터넷에 접속할 기회가 생기면 나도 모르게 여기(2차 세계대전)를 클릭하고, 저기(이오지마)를 클릭한다. 그러다 아무 생각 없이 또 다른 링크(클린트 이스트 우드)를 쫓다 보면, 네 번째 링크(<더티 해리>)에 부딪히곤 하는 식으로, 뚜렷한 목표의식도 없이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급속하게 엮어 들어간다. 하지만 이런 정보 조각 하나하나가 내게 쾌감을 선사한다. 나는 역사학자도 아니고 영화 비평가도 아니다. 때문에 이런 정보가 내게 쓸모 있게 될 개연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래도 나는 안 할 수가 없다. 나는 그냥  이런 시시콜콜한 것들을 좋아한다. 내 뇌는 나를 좀 더 까다롭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정교하게 배선되어 있지 않다. 웹 서핑을 이제 그만하고 싶은가? 천만에! 갈 데까지 가보자!

- 개리 마커스, <클루지>中

 

나를 보는 듯하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경험을 하곤 할 것이다. 집에 오면 기계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아무런 목적도 없이 이리저리 링크를 타고 떠돌아다니는 나를 발견한다. 끊으려 해도 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계속하려고 한다, 개리 마커스처럼.

 

이전에 베르베르가 어릴 적부터 상상하고 메모한 것을 책으로 만든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내용 중 "찌꺼기의 과잉과 새로운 검열 방법"을 이야기했는데, 대충 매체를 통해 넘쳐나는 찌꺼기(정보)들에 현대인의 맹목적인 찌꺼기(정보) 소비를 비판한다, 위 인터넷 중독과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그래서 나는 4년 전부터 RSS 서비스를 이용하여 고심해서 분류한 카테고리에 필요한 정보를 받아와 필요한 정보들을 소비를 했다. 하지만 이것도 별 소용이 없는 듯하다. 어쨌든 웹서핑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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