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감독 영화를 처음 접한 건 중국 생활을 한 지 1년째에 2046이란 영화가 나올 때였다. 영화관에서 봤는데 대부분 못 알아듣고 느낌으로 넘겨짚었다. 하지만 내용은 모르지만 분위기 때문에 이미 매료됐다. 몇 년 후 우연히 화양연화를 중국어 자막으로 봤다. 환상적이었다. 내가 여태껏 갈망했던 그런 영화였다. 특히 왕가위 영화 특유의 색감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알고 보니 2046이 화양연화의 연장선상이었다. 그리고 두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봤다. 수십 번은 넘게 봤다. 왕가위 영화의 화려한 영상과 수려한 음향의 기가 막힌 조화, 더불어 영화관에서 함께했던 時光을 회상하며.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왕가위 영화의 후유증인 듯싶다. 그리고 나는 되물었다, 내 인생의 花样年华는 언제일까, 혹시 그때가 나의 花样年华였을까?
동사서독,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투게더, 아비정전, 첫사랑 그리고 가장 최근인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까지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모두 봤다. 최고였다, 정말 하나도 버릴 게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늦은 감이 있지만 장국영(ㅜㅜ)과 양조위 팬이 되어버렸다. 특히 양조위는 너무 멋있다,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