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나'를 구속하는 율리시스 계약
3000 년 전 이티카의 왕이자 트로이 전쟁의 영웅인 율리시스는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이레눔 스코풀리라는 섬을 지나게 된다. 이 섬엔 세이렌(Siren,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은 여자이고 반은 새인 요정)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그들의 노래에 홀린 수많은 선원들이 배를 그쪽으로 몰아 바위섬에 부딪혀 침몰하는 참극을 맞았다. 그는 부하들에게 자신을 배의 돛대에 꽁꽁 동여매라고 명령해 음악에 홀렸을 때의 자신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게 하였다. 또 그는 부하들에게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들릴 때 자신이 어떠한 간청을 해도 신경 쓰지 말라고 당부했다. 결국 미래의 세이렌 노랫소리에 홀려있는 율리시스를 대비해 현재의 율리시스는 미리 작전을 세워 대비한 셈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이 다른 시점의 자신과 협상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세기 초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1909년 펜실베이니아의 칼라일 신탁회사의 랜디스(Merkel Landies)라는 직원은 산책 중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바로 ‘크리스마스 저축 클럽'인데, 고객들을 11월에 은행 계좌를 일 년 내내 매주 정해진 금액을 저축하게 한다. 예금된 돈은 일 년 내에 인출할 수 없으며, 이 보다 일찍 인출하게 되면 수수료까지 붙게 된다. 랜디스의 아이디어는 열렬한 호응을 얻어 400명의 단골 고객들이 1900년대 치고는 적지 않은 평균 28달러를 따로 떼어 넣어두었다. 랜디스와 동료들은 이자도 안주는 은행에 돈을 맡기는 고객들을 보고 매우 놀라했다.
크리스마스 저축 클럽의 인기는 금세 퍼져 명절 비상금을 두고 은행들끼리 경쟁하기 시작했다. 신문에는 자녀들에게 저축 클럽에 가입시켜 자기 신뢰와 저축이라는 습관을 길러주라고 설득했다.
사람들은 돈을 흥청망청 쓰지 못하게 막아줄 ‘누군가'를 원한다. 자기가 돈을 쥐고 있으면 곧 써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은 ‘미래’의 나를 구속하기 위해 ‘현재'의 내가 자유롭게 내린 결정을 ‘율리시스 계약'이라 한다. 오늘날 우리도 항상 이와 같은 율리시스 계약을 맺는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나'를 위해 돈을 쓰려는 유혹에 빠져 선물을 준비하는 ‘12월의 나'를 위해 돈을 남겨두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via. 인코그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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