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홍 마케팅 진행 전 꼭 알아야 할 18가지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입에 달고 사는 왕홍 마케팅. 타오바오에서 5분 만에 15000개 립스틱을 판매한 리쟈치(李佳琪) 같은 사례들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희망을 품고 이 영역에 도전한다. 하지만 요즘 중국의 왕홍 가격은 천정부지다. 게다가 잘 모르고 진행했다간 예산, 시간, 인력 낭비하기 부지기수다. 왕홍 마케팅을 중국에선 제품이나 장소를 추천해준다는 의미인 "콘텐츠 시딩(内容种草)"이라 부른다. 왕홍들이 자신의 영향력과 콘텐츠를 이용해 제품을 추천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알고 보면 흔한 방식이다. 하지만 흔한 만큼 참 어렵기도 한 영역이다. 오늘은 왕홍 마케팅 진행 전 참고하면 좋은 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콘텐츠 시딩을 간단히 말하면 특정 상품을 먼저 히트시킨 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과거 브랜드 인지도를 먼저 쌓고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과는 정반대의 로직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거나 브랜딩에 사용할 예산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에게 아주 유리하다. 제품의 확실한 USP만 있다면 마켓에서 금방 인정받는다. 왜 이런 방식이 먹힐까? 밀레니얼 세대들의 소비 방식에 변화가 생겨서 그렇다. 브랜드 가치를 소비했던 과거와 달리 이젠 제품 본연의 가치, 체험 중심으로 소비한다.
2.
모든 제품이 콘텐츠 시딩에 적합한 건 아니다. 광고주나 대행사들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다. 왕홍 마케팅이 어디든 써먹을 수 있는 만능이 절대 아니란 소리다. 앞서 말했듯 콘텐츠 시딩의 시작은 먼저 상품(단품)을 히트시키는 거다. 상품을 히트시키려면 제품의 확실한 소구점이 있어야 한다. 이 소구점이 특별하면 할수록 소비자 만족도는 올라가고 마케팅 예산은 줄어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장에 있을만한 제품은 다 있고, 사실 거기서 거기인 제품들이 많다. 무턱대고 남들 다하는 왕홍 마케팅에 손댔다간 예산만 낭비하기 십상이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도 힘들다.
3.
왕홍 마케팅은 화장품 같은 FMCG 소비재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제품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제품 가치를 타깃 군에게 유효하게 전달한다면 의사 결정 주기가 비교적 긴 컴퓨터, 통신, 가구, 공업용품 등도 가능하다. 왕홍 마케팅의 최대 장점은 단품에 대한 개별적인 평가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이다. 한층 더 심도 깊은 제품 체험이 가능해 소비자들의 의사결정이 더 빨라진다. 브랜드, 가격, 스펙, 성능 등을 비교하여 장바구니에 넣고 다시 고민한 뒤에라야 결제하는 소비 프로세스가 왕홍들에 의해 생략된다. 일반적인 비교 평가의 거래 환경과는 전혀 다른 소비 환경이다.
4.
콘텐츠 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의 확실한 셀링 포인트다. 주로 2가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진화"하는 소비자의 통점(페인 포인트)을 활용하는 것. 둘째, 소비자가 가려워하는 부분을 제품 자체가 가진 특성과 연결 지어 소구 하는 방식이다.
5.
먼저 진화하는 소비자 통점을 활용한 사례를 살펴보자. 한때 샤홍슈에서 아미노산 치약이 유행해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어떻게 팔았을까? 예전엔 치약을 고를 때 미백, 상쾌함, 민감성 예방 등 치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효능을 고려했다. 하지만 치아 케어에 대한 수요가 점점 세분화되면서 잇몸, 치간 등 구강 케어 영역이 새롭게 떠올랐다. 이때 아미노산 치약이 노린 게 바로 잇몸 사이가 벌어져 고민인 사람들을 위한 치간 복구 기능이다. 보통 나이를 먹을수록 잇몸이 점점 내려앉아 삼각형 모양의 빈 공간이 생긴다. 이를 "블랙 트라이앵글"이라 부르는데 외모에 신경 쓰는 사람들에겐 치명적이다. 블랙 트라이앵글은 연령대를 노출할 뿐만 아니라, 치석처럼 치아 미관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힌다. 아미노산이 첨가된 이 치약은 블랙 트라이앵글 개선 기능을 강조하여 큰 인기를 얻었다. 진화하는 소비자의 통점을 적절히 공략한 좋은 예다.
아미노산 치약의 확실한 셀링 포인트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잠재적인 문제도 있다. 미래의 소비자들이 치간 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경우다. 그럼 많은 브랜드들이 아미노산 치약을 출시할 테고, 결국 이 치약의 소구점은 무효해진다. 간편함을 강조하는 캡슐 세제를 예로 들어보자. "양 조절 실패 없이 한알이면 OK" 이런 포인트로 제품을 홍보 한다면 효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이건 "진화"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중엔 수많은 브랜드의 캡슐 세제가 있고, 1~2선 도시에선 이미 보편적이다.
6.
두 번째론 소비자가 가려워하는 부분을 제품이 가진 특성과 연관지어 셀링 포인트를 만드는 방법이다. 진화하는 소비자의 통점을 만족하는 제품은 사실 많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이 방법을 활용한다.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건 어떤 것일까? 밀크티와 마스크팩을 예로 들어보자. 밀크티는 맛보단 외적인 요소가 판매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컵 디자인이 이쁘다거나, 주걸륜이 먹었던 밀크티거나, 메뉴 구성이나 제품명이 독특하거나(중국 시중의 밀크티 맛은 사실 다 비슷하다). 마스크팩도 마찬가지다. 거기서 거기인 효능보단 보글보글 올라오는 마스크팩의 버블(버블 마스크팩이 크게 유행했다),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 때문에 구매한다.
어떤 경우엔 페인 포인트를 만족시켰을 때보다 더 많은 소비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왕홍 마케팅은 해보고 싶지만 딱히 내세울 제품 특징이 없다면 아래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보자.
7.
이어서 제품 본연의 특징을 활용해 셀링 포인트를 만들고, 이 포인트로 소비자의 가려운 점을 해소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1) 제품 패키지 리디자인. 지금 샤오홍슈를 열고 치약(牙膏) 키워드를 검색해보자. 형형색색의 다양한 치약 패키지들이 보인다. 겉면 종이 포장을 남다르게 만들거나, 마치 화장품 용기처럼 치약 튜브를 미려하게 제작해 소비를 유도한다.
2) 콜라보레이션, 기획 상품, 기프트 박스 제작. 콜라보, 기획 상품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알찬 구성이다. 12월엔 중국의 화장품 브랜드들이 일명 "크리스마스 카운트다운 기프트 박스"라는 한정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세련된 패키지 디자인과 24개의 격자 칸으로 구성된 이 기프트 박스는 12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까지 매일 다른 선물이 있다는 의미로 여심을 자극했다.
3) 독특한 소비 환경 조성. 국내서도 유명한 하이디라오는 셰프가 면쇼를 보여주거나(이건 한국에도 있다), 특이한 방식으로 훠궈 먹는 방법, 심지어 하이디라오 직원이 초등학생의 숙제까지 도와주는 영상 등 다양한 포인트로 유명해졌다. 마치 인스타에서 핫한 맛집 특징들을 집대성한 느낌이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 PROYA의 버블 마스크팩은 버블이 많이 일어날수록 얼굴에 쌓인 노폐물이 많다는 포인트로 대박 상품이 됐다.
4) 셀럽, A급 KOL 활용. 비용은 많이 들지만 단기간 내 인지도 제고에는 효과적이다. ~연예인 코디(~同款穿搭), ~왕홍 추천 립스틱(~推荐过的口红) 등의 방식으로 바이럴 된다. 셀럽이나 A급 왕홍으로 홍보한 뒤 다수의 마이크로 왕홍들이 후속 콘텐츠를 생산해주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5) 제품 차별화. 2개의 다른 브랜드가 똑같은 블랙 쿠키를 판매한다고 가정해보자. 한 브랜드는 DJ 턴테이블의 원형 레코드 모양이 검은색 쿠키와 흡사한 점에 착안해 "쿠키도 스크래치를"라는 문구와 함께 턴테이블을 연상하는 패키지를 기획했다. 다른 브랜드는 단순히 맛을 강조한 문구가 적힌 평범한 포장이다. 왕홍들은 어떤 브랜드의 쿠키를 더 잘 팔아줄까?
8.
소비자의 가려운 점을 해소하는 제품의 콘텐츠 시딩 효과는 페인 포인트를 만족하는 제품보다 오래가지 못한다. 단순히 디자인이 이뻐서 구매한 제품의 호감도는 일시적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른 브랜드에서 더 매력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면 소비자의 마음은 금세 바뀐다. 가려운 점을 긁어주는 콘텐츠 시딩은 단기성에 그치기 일수다. 물론 내놓는 제품마다 연쇄 히트시킬 역량이 된다면 어떤 방법이든 괜찮다. 하지만 일반적인 회사로썬 거의 불가능하다,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제품은 더더욱. 결국은 제품이다. 소비를 불러일으킬 트리거를 찾아 끄집어내야 한다.
9.
콘텐츠 시딩은 제품의 1~2개 핵심 포인트만 뽑아서 진행해야 한다. 많은 브랜드가 제품이 가진 모든 장점을 나열해주길 바란다. 브랜드 입장에선 어렵게 예산을 써서 섭외한 왕홍이니 A부터 Z까지 제품의 장점을 빠짐없이 보여주면 중국 소비자들이 사줄 거라 착각한다. 아쉽게도 이런 방식은 전혀 유효하지 않다. 회사 HR이 이력서 1개를 검토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단 몇 초인 것과 같은 이치다. 특징 없는 평범한 이력서라면 HR은 더 이상 자세히 보지 않는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가려워하는 포인트와 통점을 1~2개로 추려내야 한다. 만약 다수의 KOL을 섭외한다면 추려낸 1~2개의 통일된 포인트로 얘기해야 한다. KOL마다 중구난방 다른 포인트를 얘기한다면 설득력은 되려 떨어진다.
10.
가능하다면 상품을 나타낼 수 있는 "별명"을 지어주자. 왜 중국 화장품 업계에선 "빨간 허리(红腰子)", "작은 갈색병(小棕瓶)", "흑백 붕대(黑白绷带)", "영생의 물(神仙水)" 같은 제품 별명이 많은 걸까? 소비자들이 더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빨간 허리"의 원래 제품명은 "시세이도 파워 인퓨징 컨센트레이트"다.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참 힘들다. 게다가 일반적인 여성이라면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므로 별명을 부르는 게 훨씬 편하다.
제품의 별명은 인기 여부와도 관련 있다. 시세이도의 "빨간 허리"는 초기에 도도한 에센스(傲娇精华)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홍보했지만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 대리구매상들이 "빨간 허리"라고 부르면서부터 소비자들이 조금씩 기억하기 시작했고, 결국 인기 상품으로 등극했다.
별명을 만들 땐 제품의 특징이나 포인트를 잘 살려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미지로 담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제품 특징과 이미지가 서로 연관돼 있으면 더 기억하기 쉽다.
11.
제품 특징을 "사람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제품을 추천, 홍보하는 왕홍 마케팅의 "주체"가 바로 왕홍이기 때문에 브랜드가 메인이 되는 일반적인 마케팅과 다를 수밖에 없다. KOL 콘텐츠의 본질은 팬들과 소통하는데 있으므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뻔한 대사, 딱딱한 말투는 삼가야 한다. 중국 최고의 KOL 리쟈치 영상을 보고 배우자.
"무서울 것 없는 색상" (립스틱)
"은행 잔고, 남자친구는 바뀔 수 있어도 999 색상은 절대 못 바꿔요" (립스틱)
"비 온뒤 풍기는 은은한 숲의 향기 같아요" (향수)
"블링블링, 5캐럿 다이아 입술이 됐네요 (립스틱 발색 테스트)
리쟈치의 멘트는 문자로만 봐도 재밌다. 리쟈치의 표정, 말투, 동작이 영상과 함께 버무려지면 흡입력은 배가된다. 제품의 USP를 사람의 언어로 표현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12.
왕홍 마케팅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콘텐츠 자체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신뢰감을 주는 대표적인 콘텐츠 형식이 바로 "제품 리뷰"와 "사용 후기"다. 특히 제품의 단순 외관만으론 왕홍이 소비자 역할에 영향을 줄 수 없을땐 신뢰 기반이 최선이다. 성분으로 승부하는 스킨케어 제품이 그렇다. 이런 제품들은 KOL이 직접 사용했던 경험을 토대로 성분의 효능을 알려줘야 한다. 가전제품도 비슷하다. 현장에서 직접 시연하거나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기능을 보여줘야 신뢰한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게 바로 브랜드(고객사)가 전달해준 홍보영상, 포스터 소재 등을 곧이곧대로 사용하는 거다. 이런 방식은 콘텐츠 시딩이 아니라 단순한 매체 홍보나 다름없다.
13.
예산이 충분하다면 KOL 각각의 영향력에 따라 피라미드 구조로 배치하자. 피라미드의 최상단은 셀럽을 활용해 제품의 배서 역할과 인지도, 버즈량을 높여준다. 이때 후속 소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 그 아래는 S~A급 왕홍을 이용해 홍보 콘텐츠를 생산하고 트래픽을 몰아준다. 일부는 매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S~A급 왕홍들도 셀럽들이 홍보했던 제품을 선호한다. 이들도 셀럽 트래픽 덕을 보기 때문에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가장 밑단엔 B급~마이크로 왕홍들이 셀럽과 S~A급 왕홍들을 모방하는 콘텐츠로 KOL 피라미드가 완성된다.
14.
콘텐츠 시딩 진행 기간은 장기, 단기 모두 무방하다. 중국 시장이 익숙하지 않다면 단기 이벤트성으로 먼저 테스트해보자. 기간은 너무 길게 잡지 말자. 신제품 출시 이벤트라면 보통 3주 정도면 충분하다. 첫 주엔 인기 예능/셀럽 등 중국 내 이슈를 응용해 제품과 관련된 화젯거리를 만든다. 중국 트렌드에 맞춰 화제에 적절하게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둘째 주엔 심어둔 화젯거리를 확산하는 단계로 S~A급 왕홍들을 활용한다. 13번에서 말했듯 S~A급 왕홍은 트래픽 몰아주기에 효과적이다. 셋째 주엔 다수의 왕홍들이 제품 후기 콘텐츠를 생성한다. 이렇게 3주를 진행하면 기본적인 예열 작업이 완료된다. 아직까진 유의미한 매출이 없을 수도 있다. 이때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매출이 크게 뛸 수 있다. 시딩한 콘텐츠를 말 그대로 수확하는 단계다. 중국에선 풀을 벤다는 의미인 거차오(割草)로 부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리뷰를 남기도록 유도해야 한다. 리뷰가 쌓이면 제품이나 브랜드가 검색 결과에 노출되어 자연스럽게 바이럴 된다.
15.
앞서 콘텐츠 시딩의 홍보 주체는 왕홍이라 했다. 하지만 브랜드도 안과 밖에서 적절히 장단을 맞춰줘야 한다. 댓글 작업, 여론 모니터링, 검색 키워드 작업 등이 브랜드에서 해야 할 일이다. 댓글 작업은 중국어로 콩핑(控评)이라 부른다. 주로 연예 기사에서 긍정적인 댓글엔 좋아요나 답글을 달아 인기 댓글로 만들고, 부정적인 댓글은 무시하거나 신고하여 삭제하는 작업이다. 왕홍 마케팅에서 댓글 작업은 브랜드가 원하는 화제나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즉 댓글 여론이 엉뚱한 주제로 빠지지 않도록 방향키를 잘 잡아줘야 한다는 말이다.
검색 키워드 작업은 보통 샤홍슈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SEM, SEO 같은 검색 최적화를 말한다. 검색 최적화가 제대로 안되면 힘들게 모은 트래픽이 엉뚱한 곳으로 새거나 다른 브랜드에 뺏길 수 있다. 7번에서 언급한 버블 마스크팩은 중국의 PROYA가 가장 먼저 선보였지만 샤홍슈의 "버블 마스크팩" 키워드 검색 결과는 동일한 제품명을 사용하는 다른 브랜드로 가득 차 있다. 죽 쒀서 개 준 셈이다.
16.
도우인(抖音)은 왕홍의 팔로워 수 보다 콘텐츠에 붙여질 "해시태그"가 더 중요하다. 왕홍의 팔로워 규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도우인의 알고리즘 로직은 배포한 콘텐츠의 취향에 부합하는 사용자 수에 따라 초기 트래픽을 일정하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 초기 트래픽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기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디딤돌이 된다. 팔로워가 높다고 무조건 피드 상단에 노출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여러 개의 해시태그를 기획한 뒤 각 왕홍들이 다른 해시태그로 배포하는 효과 측정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효과가 좋은 해시태그를 찾았다면 해당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피드 광고를 진행하여 인기 게시물로 만들어 준다.
17.
빌리빌리(B站)에선 마케팅 콘텐츠와 크리에이터가 가진 캐릭터의 케미가 잘 맞아야 한다. 말투, 동작 등 크리에이터 특유의 스타일을 해쳐서도 안된다. 광고주의 요청 사항을 받아들이고 컨트롤 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의미기도 하다. 하지만 빌리빌리가 참 재밌는 건 팔로워들이 대놓고 광고하는 걸 용인한다는 점이다. 빌리빌리의 동영상 댓글 자막인 딴무(弹幕)를 살펴보면 중간중간 "밥 먹는 시간이야", "밥은 먹고 살아야지" 등의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를 빌리빌리에서 챠판(恰饭)이라 부르는데 밥을 먹는다는 츠판(吃饭)의 쓰촨 성 사투리다. 영상 중간중간 들어간 광고(수익)를 "밥 먹는다"로 표현하며 광고에 대한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광고를 극도로 꺼려하는 다른 플랫폼의 사용자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빌리빌리 유저들이 유독 광고에 관대한 건 빌리빌리 특유의 문화와 소통 방식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전제돼있다.
빌리빌리의 LexBurner라는 크리에이터는 광고 덕분에 성장한 아마 중국 내 유일무이 한 사례일 것이다. Lex의 매회 영상엔 빠짐없이 PPL 광고가 들어가지만 팔로워들은 이를 달갑게 받아들인다. 그의 영상에서 "댓글 자막"과 "광고 콘텐츠"는 팬들과 소통하는 주요 수단이다. 광고 자체가 크리에이터를 대표하는 특징이자 즐거움이 된 셈이다.
18.
제품 추천은 일반 왕홍(크리에이터)이, 판매는 라이브 왕홍(BJ)이 책임진다. 미디어 커머스와 소셜 라이브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제품을 파는 BJ들이 대중 시야에 들어왔다. 타오바오의 리쟈치와 웨이야(薇娅), 콰이(快手)의 신유지(辛有志), 도우인의 뉴러우거(牛肉哥)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 왕홍과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왕홍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왕홍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성격이 강하다. 각 영역에 특화된 KOL들이 그들만의 관점과 지식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식, 스토리텔러, 연애, 만화, 영화 리뷰, 패션코디 등 카테고리 또한 광범위하다. 반면 라이브 커머스 왕홍은 흡사 "온라인 판매원"과 같다. 이들은 제품에 대한 해설과 특유의 판매 스킬을 활용해 매출을 달성한다. 오프라인 상점에선 매장 직원과 고객의 일대일 판매 환경이었다면, 이젠 온라인에서 일대多 형식의 판매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왕홍 업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 "따이훠(带货)"는 왕홍, 셀럽 등 유명인을 통해 제품을 유행시키고 최종 구매까지 이르게 한다는 뜻이다. 물건을 잘 팔아주면 "따이훠 능력이 있는 왕홍"으로 부른다. 보통 라이브 왕홍들에게 자주 따라다니는 단어다. 그럼 일반 왕홍들은 따이훠 능력이 없는 걸까? 일반 왕홍들도 팔로워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따이훠가 가능하다. 중요한 건 이 "따이훠"를 어떤 기준으로 정의하느냐다. 보통 "따이훠"는 리쟈치처럼 직접 판매하는 방식과, 제품 추천(콘텐츠 시딩) 방식 2가지로 구분한다. 일반 왕홍을 통해 제품을 홍보했다면 확실한 매출 증가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셜 매체의 버즈량, 타오바오 검색량, 상점의 팔로워, 특정 SKU의 추가 주문량, 즐겨찾기 등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이것도 따이훠로 봐야 할까? 당연히 그렇다. 적어도 중국에선 그렇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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