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한 여자와 오래사는 방법
한 여자와 오래사는 방법
2012.05.09매일 아침 나는 만년필 수집상자를 열고, 오늘 가지고 나갈 만년필을 고른다. 하루도 빼놓지 않은 나만의 아침 리추얼이다. 아침마다 이 만년필 저 만년필을 만지작거리는 내 뒤통수에 대고 아내는 밉지 않게 빈정댄다. 이 또한 아내의 정기적인 아침 리추얼(습관)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아내가 바로 이런 내 모습을 사랑한다는 것을, 물론 착각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 편하다. 누구나 한 여자와 오래 살려면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즐거워하는 습관을 가능한 한 많이 개발해야 한다. 김정운, 中
이야기가 없는 삶
이야기가 없는 삶
2011.12.27이야기가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자신에 대해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것은 사는 재미가 없다는 뜻이다. 모여 앉으면 누가 아파트 팔아서 돈 번 이야기나 주고받는 삶은 삶이 아니다. 자기가 찾은 작은 즐거움에 관해 가슴 벅차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삶이 진짜다. 대통령이 어쩌고, 국회의원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진짜 내 이갸기가 아니다. 가슴 설레는 나 자신의 이야기로 가득 찬 삶이 진짜 재미있는 삶이다. 김정운
소통의 부재와 한국 남자들의 에로티시즘 왜곡
소통의 부재와 한국 남자들의 에로티시즘 왜곡
2011.12.26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끼는 또 다른 존재가 세상에 있다는 사실로 부터 인간의 의사소통 행위는 시작된다. 그러나 소통이 어려워질수록 인간은 불안해진다. 이 불안함을 극복하는 방법은 지극히 원초적인 방법으로 나타난다. 어머니의 가슴에서 완벽했던 정서의 소통 경험에 대한 기억이 큰 가슴으로의 열광으로 이어지고, 소통 행위의 부재로 야기된 불안을 ‘자학적 존재 확인' 즉 마라톤으로 회복하려 하고, 맨정신으로 서로 멀뚱멀뚱바라보며 이야기를 주고 받고 정서를 공유하는 것이 두려워 취하기 위해 폭탄주를 마신다. 그리고 삶이 재미없는 이 땅의 사내들이 몰두하는 새로운 현상이 있다. 스포츠 마사지, 각종 스파 시설로 부터 안마시술소, 퇴폐이발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피부를 자극하는 서비스 산업의 엄..
아침형 인간의 오류
아침형 인간의 오류
2011.12.26역사상 대한민국 같은 경우는 없다. 이렇게 짧은 기간, 이렇게 우뚝 선 나라는 없다. 충분히 자랑스럽다. 하지만, 그건 거기까지다. 빨리 흥한 나라일수록 빨리 망한다. 정말이다. 아이들의 세계사 책의 연보만 살펴봐도 이는 분명해진다. 왜 그럴까? 한 시대를 발전시켰던 동력은 그 다음 시대에는 발전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역사의 변증법' 이라고 했다. 근대성이라는 역사적 발전을 가능케 했으나 새로운 시대정신에 미치치 못한 유럽의 ‘계몽주의’는 결국 나치즘이라는 야만의 형태로 몰락했다. 마찬가지다. 20세기 후반, 역사상 유례없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능케 했던 동력은 다음 시대의 발목을 잡게 되어 있다. 산업사회의 압축성장을 가능케 했던, ‘근면, 성실'이라는 가치가 새로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후회'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후회'
2011.12.25인간은 항상 후회하며 산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아라"라는 어른들의 충고는 심리학적으로 보면 틀려도 한참 틀린 이야기다. 후회 없는 삶이란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매 순간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후회하게 되어 있다. 후회한다는 것은 내가 '주체적인 삶'을 살았다는 뜻이다. 내가 행한 일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면 후회란 있을 수 없다. 내 삶의 주인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은 후회라는 부작용을 낳게 되어 있다. 후회는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심리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며 결정적인 기능을 한다. 외부로부터 병균이 우리 몸에 침입 했을 때 몸의 면역세포가 분주히 활동하여 몸의 건강을 지켜내는 것처럼, 후회는 정신적인 병이 들지 않도록 우리 마..
정서공유
정서공유
2011.12.25인간의 뇌 속에서는 ‘거울 뉴런'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타인의 정서를 흉내 낼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다. 아무 생각 없는 갓난아이도 엄마의 특정한 얼굴 표정을 흉내 낼 수 있다. 생후 수개월부터 상대방 얼굴의 정서적 표현을 적극적으로 흉내 내기 시작한다. 정서를 공유하는 일은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이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서로의 ‘정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사람일지라도, 동일한 정서를 느끼는 경험을 통해 동일한 의미를 유추해내는 의미 공유의 능력이 발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사소통 능력을 거울 뉴런의 기능을 통해 서로의 정서를 흉내 내는 것부터 출발한다. 김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