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어느 날 아침 알 수 있었습니다.
저의 전부가... 보이지 않는 세포 하나하나까지... 당신을 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눈을 뜨고 바라보던 방안의 풍경과... 흐트러진 이불이며, 그런 사소한 사물들과... 베갯잇에 떨어진 몇 올의 머리카락마저도... 당신을 그리워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결국 매일 아침 당신이 보고 싶고... 당신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을 떠나왔습니다. 말도 안 된다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많은 고민 끝에 저는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저는 당신이 보고 싶은데 말입니다.
정말이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우선 두려웠던 것은 당신의 변화였습니다. 더 이상 같은 공간이 아닌, 또 다른 미래가 열려 있는 공간으로 당신은 나아갔습니다. 당신이라면 변하지 않을 거야, 그런 생각보다는... 당신에게도 변화가 생길 것이고 또 마땅히 변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점점... 당신을 바라는, 당신이 나의 여자이길 바라는 저 자신의 욕구가 두려웠습니다. 알게 모르게 당신을 가두고 싶어하는 스스로를 보았을 때도... 저는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그런 요구가 이루어지는 것, 이를테면 그것이 사랑의 완결이라 사람들은 말합니다.
이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를 판가름하는 것도 결국은 시간일거라 믿습니다. 하고 싶은 말도, 보고 싶은 마음도 길고 긴 시간의 흐름을 따라 끝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갈 것입니다. 문득 처음 물었던 스스로의 질문이 떠오릅니다. 좋아할... 이유가 없잖아요? 아마도 그런, 질문이었다는 생각이지만, 하지만 인간은 매우 이상하니까요. 그렇습니다.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이런 이상한 저를… 부디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한 번도 못한 말이고 다시는 못할 말이지만... 부디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곡차곡 이 말을 눌러쓰면서 알았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만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도 있는 거라고... 저 역시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안녕히 계시기 바랍니다.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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