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디지털 금융 경쟁 구도

Photo by Ruslan Bardash

 

지난 5월 홍콩이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오는 8월 1일부터 기업들이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홍콩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면 모두에게 새로운 금융 수단과 기회가 생기게 된다. 오늘은 홍콩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설명해볼까 한다.

 

 

스테이블코인이란?

---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의 한 종류로, 비트코인이 가진 가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했다. 비트코인은 최초의 암호화폐지만 가격 변동이 매우 심하다. 오늘 햄버거 8개 가치였던 것이 내일은 5개가 되고 모레는 다시 7개로 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실제 거래 수단으로는 부적합하여 다른 물건을 구매할 때 사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격이 안정적인 암호화폐인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었다. 가장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USDT는 2014년 테더(Tether)사가 발행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비트코인은 2009년에 탄생했다.

 

Tether는 밧줄이나 끈처럼 무언가를 묶거나 고정하는 데 쓰이는 줄을 뜻한다. Photo by Thomas Couillard

 

테더는 USDT의 가격이 항상 1달러로 유지된다고 약속한다. 1달러를 테더사에 주면 USDT 1개를 얻을 수 있고(실물이 아닌 블록체인 장부에 기록), 필요하지 않으면 다시 USDT를 테더사에 팔아서 1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 테더가 항상 충분한 달러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는 한, 스테이블코인과 달러의 교환 비율은 1:1로 유지될 수 있다. 테더는 준비금 현황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있으며, 예치된 달러 자산의 대부분을 미국 국채 매입 등에 사용하고 있다.

 

사람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달러와 동일한 가치로 인정하기 시작하면, 달러를 사용할 수 있는 곳 어디서나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USDT는 세계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암호화폐로 비트코인을 넘어섰다. 대부분의 경우 다른 암호화폐 거래에 사용된다.

 

 

미국의 규제 움직임

---

사람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서 미국 정부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테이블코인의 거래는 은행 시스템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며, 익명 지갑 간의 거래이므로 추적이나 규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가 어느 날 갑자기 A라는 사람의 달러 사용 금지 명령을 내렸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A는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여 B로부터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고, B는 그 스테이블코인을 다시 달러로 환전하면 된다.

 

물론 블록체인의 모든 거래는 원칙적으로 추적이 가능하고, 미국 정부가 제재 대상과 연관된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차단하거나 발행사에 요청하여 자금을 동결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수많은 지갑이 익명으로 생성되고 믹서(Mixer) 같은 서비스로 출처를 흐릴 수 있어 완벽한 추적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있다.

 

미국 역시 이 문제를 인식하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포괄적 규제 프레임워크인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최근 법률로 제정됐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관은 미국 관할 지역 내에 있어야 하며,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2. 발행 기관은 예치된 달러를 1:1 비율로 미국 예금/단기 국채 등으로 보유해야 한다.
3. 미국 규제를 충족하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내 유통이 차단·동결될 수 있다.

 

 

홍콩의 절묘한 한 수

---

홍콩 정부가 이번에 통과시킨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디지털 자산 허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적 묘수로 평가된다. 이 법안은 라이선스를 취득한 기관이 홍콩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7.8 홍콩 달러(HKD)는 1 미국 달러(USD)로 고정되어(페깅) 있기 때문에 홍콩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과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환율도 동일하게 고정된다(물론 실제 거래되는 환율은 시장 상황과 수수료 등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페깅(Pegging): 특정 자산의 가치를 다른 자산에 고정시키는 것

 

홍콩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공존하며 경쟁하는 새로운 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국경 간 결제를 혁신하고 디지털 자산 시장의 기축 통화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홍콩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홍콩 금융관리국의 독자적인 규제 아래 발행된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직접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있지만, 홍콩 달러 자체가 미국 달러에 연동되어 있어 미국 통화 정책의 간접적인 영향 아래에 있다는 양면성을 지닌다. 

 

즉, 홍콩은 달러와 가치가 연동되면서도 미국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금융 수단을 만들어낸 셈이다. 만약 특정 상황의 국제 무역에서 달러 결제가 불가능해진다면, 홍콩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

---

위안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스테이블코인은 익명성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교환 및 국경 간 이동이라는 속성을 지녔다. 만약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다면, 자본 유출 통로로 악용될 수 있어 중국 정부의 통제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