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엔진 바이두를 위협하는 SNS 샤오홍슈(RedNote, 小红书)

이미지 출처 视觉中国

 

2025년 1월 미국에서 틱톡 금지법이 발효되자 1억 명이 넘는 이용자가 샤오홍슈로 옮겨가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샤오홍슈는 이 기간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해외에서 RedNote로 불리는 샤오홍슈는 흔히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소개되곤 하지만 사실 인스타그램, 도우인(틱톡)과는 생각보다 결이 많이 다르고 가장 저평가된 서비스이기도 하다(2025년 1분기 기준 기업가치 약 29조, 출처: Sacra).

 

샤오홍슈는 다른 어떤 플랫폼보다 생생한 사용자 경험과 리뷰가 많은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중국인들은 바이두 대신 샤오홍슈 검색을 더 선호한다(2024년 4분기 기준 샤오홍슈 일일 검색량 6억 건, 바이두 10억 건, 출처: Sina Finance). 이러한 특성은 샤오홍슈의 트래픽 분배 메커니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부적인 구현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콘텐츠 추천 방식은 아래 3가지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 사용자 기반: 사용자 개인 속성(나이, 성별, 학력 등)과 콘텐츠 탐색 이력을 바탕으로 사용자 간 유사도를 계산하여, 취향이 비슷한 사용자에게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 
2. 콘텐츠 기반: 콘텐츠 특성을 추출하여 서로 다른 콘텐츠 간의 유사도를 계산한 후, 사용자가 과거 선호했던 콘텐츠와 비슷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 
3. 인기 기반: 플랫폼 내에서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추천하는 방식.

 

하지만 동일한 추천 시스템이라도 트래픽 분배 메커니즘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샤오홍슈의 트래픽 분배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면 먼저 샤오홍슈의 포지셔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PM(Product Manager) 직무 인터뷰에선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나오곤 한다.

 

도우인은 콘텐츠 플랫폼이고 샤오홍슈는 콘텐츠 커뮤니티다. 그렇다면 플랫폼과 커뮤니티의 차이는 무엇인가?

 

인터뷰 질문처럼 샤오홍슈의 포지셔닝은 콘텐츠 커뮤니티에 가깝다. 이모, 삼촌 등이 모여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랄까. 마치 동네 마실을 나갔다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잡담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서비스다. 반면 도우인은 흡사 TV를 보는 것 같다. 화면을 위아래로 스와이프 하는 동작은 TV 채널을 돌리는 것과 유사하며, TV 프로그램을 잘게 쪼깬 뒤 알고리즘을 이용해 더 정확하게 콘텐츠를 추천한다. 도우인이 콘텐츠 소비 중심이라면 샤오홍슈는 상호작용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하면 샤오홍슈에서 콘텐츠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매개체에 불과하다. 이러한 특성은 트래픽 분배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샤오홍슈는 유명 인플루언서가 만든 고품질 콘텐츠를 히트시키는 것보단, 사용자 사이의 연결을 더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된다. 그래서 샤오홍슈의 디스커버리(发现) 피드엔 평범한 콘텐츠가 자주 보인다.

 

심지어 샤오홍슈는 트래픽의 50% 이상을 팔로워 1천 명 미만의 일반 사용자들에게 분배하지만, 도우인은 트래픽의 80% 이상을 팔로워 1만 명 이상의 크리에이터에게 분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실제로 도우인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이미 많은 좋아요를 받은 것들이 많고, 샤오홍슈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차이는 두 서비스의 다른 콘텐츠 포맷에 의해 발생한다. 도우인은 영상 위주고 샤오홍슈는 글/이미지(图文) 위주다. 일반적인 창작자 입장에선 글/이미지 보다 영상을 만드는 게 훨씬 어렵다. 특히 영상 콘텐츠는 좋은 영상과 평범한 영상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존재한다. 글/이미지는 높은 접근성으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콘텐츠 품질 격차도 적다.

 

결국 글/이미지 형식 자체가 콘텐츠 창작의 평등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한편, 콘텐츠의 생산 구조는 추천 알고리즘에도 영향을 미친다. 도우인에선 양질의 콘텐츠 공급자가 주로 중간급 이상의 크리에이터들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추천 알고리즘도 이들을 중심으로 트래픽을 분배하는 경향이 있다. 만약 도우인이 일반 사용자들에게 트래픽을 골고루 분배하면 플랫폼의 콘텐츠 품질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반면, 샤오홍슈는 양질의 콘텐츠가 보다 분산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반 사용자들도 활발하게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추천 알고리즘 역시 이들에게 트래픽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샤오홍슈가 보다 다양한 사용자에게 노출 기회를 제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많은 트래픽을 일반 사용자들에게 분배하면 일반 사용자들끼리 연결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처럼 샤오홍슈는 다양한 사용자들의 연결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있는 특성 덕분에 커뮤니티적인 성격이 더욱 뚜렷해진다.

 

차이차이의 샤오홍슈 포스팅과 댓글

 

푸젠(福建) 출신의 차이차이(菜菜很努力)라는 한 여성은 20년 넘게 연락이 두절된 말레이시아 친척을 찾기 위해 샤오홍슈에 게시글을 올렸다. 이 글은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되었고 순식간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 뒤, 실종된 친척이 댓글 창에 나타났다.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감정을 증폭시키고 정보의 편향성을 불러일으키지만, 위 사례처럼 다른 공간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기술의 본질적인 의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