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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책 <기술 봉건주의>(Techno Feudalism)는 인터넷과 첨단 기술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여기는 일반적인 생각에 도전장을 내민다. 저자 야니스 바루파키스(Yanis Varoufakis)는 그리스의 경제학자로, 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인 밸브(Valve)에서 근무한 후 그리스 재무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인류가 오히려 고도로 발달한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봉건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봉건주의는 중세 유럽에서 널리 퍼졌던 제도로, 대지주가 넓은 땅을 소유하고 그 땅 위의 모든 것을 통제하며 농민들은 영주의 자산인 농노가 되는 체제였다. 현재의 인터넷 환경도 이와 비슷한 점이 많다. 인터넷이라는 광대한 공간을 몇몇 거대 기업들인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이 지배하고 있으며, 이들은 디지털 영주로서 인터넷의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
 
바루파키스는 이 책에서 대다수의 인터넷 사용자들이 사실상 디지털 농노, 즉 '클라우드 노예'라고 주장한다. 사용자가 영주의 영토에서 게시물을 올리고, 사진과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행위는 영주를 위해 일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미미하며, 이러한 무료 노동은 오직 영주 기업들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용자들은 심리적인 의존성까지 생긴다. 하루라도 영주의 영토를 방문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한편 디지털 영주들은 강한 영토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의 디지털 자산(데이터) 유출이나 다른 기업에 의한 영토 침해를 막기 위해 높은 울타리를 쌓아둔다.
 
영주의 영토를 사용하려면 지대, 즉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앱을 앱스토어에 판매하려면 수익의 30%를 애플에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애플이 자신의 디지털 영토에 부과하는 지대와 유사하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인터넷 경제가 본질적으로는 중세 봉건 제도의 지대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바루파키스는 기술 봉건주의를 타파하고 디지털 영주의 출현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강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1. 클라우드 세금을 부과하여 디지털 영주가 거두는 클라우드 지대를 줄인다
  2. 통합된 디지털 신분을 추진하여, 각 웹사이트가 자체 사용자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도록 한다. 대기업의 사용자 신분을 이용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종속되기 때문이다. 상상해 보자, 어느 날 갑자기 구글 계정을 잃게 된다면 얼마나 불편해질지.
  3. 데이터 공유를 추진한다. 사용자가 생성한 데이터는 다른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식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특정 플랫폼에 올린 게시물들을 다른 플랫폼으로 얼마든지 옮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면 데이터가 디지털 영주에 의해 독점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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