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 감상기 -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뒷이야기
영화는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인 서브프라임 모기지[각주:1]의 뒷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의 제목 빅쇼트는 가치가 하락하는 쪽에 배팅하여 일확천금을 창출한다는 뜻이다. 실화라서 더 흥미진진하다. 유독 한국에서만 청소년 관람불가인 점이 이해가 안 간다. 되려 어린 친구들이 이런 영화들을 접하면 경제나 사회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영화는 마치 관중에게 프리젠테이션 하듯 최대한 간결한 언어로 경제용어들을 설명해준다. 경제학 수업 같다고나 할까. 그래도 어렵다고 느껴지는 건… 나의 무지함을 탓해야겠다. 영화 오프닝에선 “그들은 어려운 용어를 써서 여러분이 다가가기 어렵길 바랍니다"라며 월가 사람들을 비꼰다. 중간 중간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다. 출연진을 유심히 보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브래드 피트, 크리스천 베일 등 기막힌 배우들의 조합이다. 월가의 증권맨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가 눈에 띈다. 이런 화려한 캐스팅인데도 불구하고 오션스 일레븐 같은 통쾌한 전개보단 진지한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이 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한 이들은 영화속에서 오히려 괴짜로 그려지며 시종일관 대형은행들의 무시와 조롱의 대상이 된다. 이 대형은행들은 직장이나 소득도 없는 저소득층들까지 LTV[각주:2] 90%에 이르는 무분별한 대출을 유도한다. 부동산 거품이 점점 사그라들고 변동금리이던 대출이자가 급등하자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결국 대출원금조차 상환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며 많은 사람이 길거리에 나앉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많이 본 스토리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를 강타할 '똥 덩어리'지만, 탐욕스러운 월가 사람들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묵인한다. 영화 속 괴짜들은 이러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문제점을 꿰뚫고 부동산 거품을 조사하면서도 모기지론을 공매도[각주:3]하며 기존 은행보험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박판을 벌인다. 막판엔 주인공들의 잭폿이 터지는 통쾌함을 기대했건만 도리어 호황을 누렸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을 조명하며 도덕성을 이야기한다.
카지노의 베팅을 예로 들며 CDO[각주:4]를 설명하는 부분은 월가서 돌아가는 판국이 거품 낀 똥 덩어리를 두고 벌어지는 카지노판을 연상시키게 만든다.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듯 보이지만 정작 카지노 판놀음의 영원한 승자는 카지노가 된다는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인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다소 생소한 편집 방식으로 경제용어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준 덕분에 나 같은 관객들은 금융상식과 지식을 쉽게 접하고 당시 미국에서 벌어진 모기지 사태의 이면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이런 영화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금융위기 때 증발한 5,000조는 투자은행이 나눠갖고 미국 정부는 양적 완화를 통해 다시 5,000조를 메꾼다. 그럼 이 5,000조의 부담은 누가 앉아야 하는가? 미국 국민과 전 세계의 개미들이다. 월가를 포함한 투자자, 증권사, 은행들이 저지른 잘못이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 세계인이 짊어졌다. 영화 마지막엔 CDO와 이름만 다를 뿐 거의 유사한 성격의 상품(똥 덩어리)이 2015년 다시 출시됐다고 나온다. 탐욕은 되풀이된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뭐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춤추지 마, 지금 우리는 미국 경제가 망하는데 돈을 걸었다.”
"진실은 시와같다, 사람들은 시를 지겹도록 싫어한다."
- 영화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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