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어록] 단절된 공간과 섬나라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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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섬이 아닌데도 섬처럼 사고하잖아. 그럴 수밖에 없어. 삼면이 바다이고 나머지 한 면은 벽이니까. 분명 육지로는 이어져 있는데 '프랑스에 차를 타고 대륙을 횡단해 가봐야겠다.', 이런 상상이 불가능하잖아. 그래서 항상 우린 세계를 우리와 별도의 공간으로 인지하지.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이런 구호. 조금만 생각해 보면 웃긴 말이라고. 그럼 우린 화성인인가(ㅋㅋ)
우리도 세계 속에 있어. 그런데 자꾸 세계로 가자고 하잖아. 세계가 우리만 달랑 빼놓고 나머지들끼리 모여 따로 특설 링 만들었냐고. 그런데 우린 그렇게 생각하거든. 섬나라 의식이지. 세계는 우리 바깥에 존재하는 거야. 예를 들어 북쪽엔 스웨덴 핀란드가 있고, 남쪽엔 벨기에 프랑스, 동쪽엔 룩셈부르크 독일이 있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아이를 생각해 보자고. 걔는 이미 중고생시절부터 배낭지고 주변국들을 여행하며 자기의 상대적 위치를 입체적으로 인지하게 된다고. 실제로 내가 몇 번 배낭여행 하며 만나본 그쪽 아이들은 하나같이 그러더라고.
나는 혼자가 아니라, 세계와 분리된 게 아니라, 그 속에 있다는 의식. 그래서 나로부터 시작해 가족, 지역, 국가 세계로의 인식 확장에 단절이 없는 거야. 로컬과 글로벌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그래서 걔네들은 바이크 타고 북경까지 오는 상상을 할 수가 있는 거야. 땅이 연결되어 있잖아.
김어준, <닥치고정치>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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