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나는 만년필 수집상자를 열고, 오늘 가지고 나갈 만년필을 고른다. 하루도 빼놓지 않은 나만의 아침 리추얼이다. 아침마다 이 만년필 저 만년필을 만지작거리는 내 뒤통수에 대고 아내는 밉지 않게 빈정댄다. 이 또한 아내의 정기적인 아침 리추얼(습관)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아내가 바로 이런 내 모습을 사랑한다는 것을, 물론 착각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 편하다. 누구나 한 여자와 오래 살려면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즐거워하는 습관을 가능한 한 많이 개발해야 한다.
김정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