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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끼는 또 다른 존재가 세상에 있다는 사실로 부터 인간의 의사소통 행위는 시작된다. 그러나 소통이 어려워질수록 인간은 불안해진다. 이 불안함을 극복하는 방법은 지극히 원초적인 방법으로 나타난다.  어머니의 가슴에서 완벽했던 정서의 소통 경험에 대한 기억이 큰 가슴으로의 열광으로 이어지고, 소통 행위의 부재로 야기된 불안을 ‘자학적 존재 확인' 즉 마라톤으로 회복하려 하고, 맨정신으로 서로 멀뚱멀뚱바라보며 이야기를 주고 받고 정서를 공유하는 것이 두려워 취하기 위해 폭탄주를 마신다. 그리고 삶이 재미없는 이 땅의 사내들이 몰두하는 새로운 현상이 있다. 스포츠 마사지, 각종 스파 시설로 부터 안마시술소, 퇴폐이발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피부를 자극하는 서비스 산업의 엄청난 호황이다. 김정운 교수는 이를 ‘피부자극결핍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의사소통 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만지는 행위는 상호작용의 가장 기본적 형태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껴안는다. 만지고, 또 만져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무도 나를 만져주지 않는다. 


모든 포유류는 본능적으로 피부접촉을 통한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게 되어 있다. 스킨십이 박탈된 상태에서 자란 원숭이는 면역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불안증세를 보이다 일찍 죽는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간호사들이 지속적으로 만져주며 위로해주는 중환자실의 생존률은 다른 중환자실의 생존률에 비해 훨씬 높았다고 한다.


뇌생리학자인 와일드 펜필드(WildPenfield)가 뇌가 담당하는 신체 부위의 차이를 분석했다. 신체 부위를 담당하는 뇌의 부위는 각각 다르고, 그것의 크기 또한 다르다. 이에 따라 각각의 신체 부위를 맡고있는 뇌의 비율을 역으로 계산하여 신체의 크기를 다시 계산한 것이다. 그 그림을 보면, 우리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주 만져주길 원한다고 여기는 성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작다. 우리의 뇌는 그 부분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자꾸 그 부위만 만져달라고 한다. 헛발질이다.


뇌가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부위는 손과 입술, 혀의 순서다. 키스도 그래서 하는 것이다. 보다 많은 뇌를 사용하여 느끼고 싶은 까닭이다. 더 많이 느끼고 싶은 젊은 연인들은 혀도 아주 자주, 다양하게(!) 사용한다. 우리가 맛있는 음식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만지고 만져지는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통한 의사소통 과정이 박탈당하면서 에로티시즘의 왜곡이 나타났다고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는 주장한다. 온몸으로 느껴야하는 상호관계성이 성기에만 집중되어 나타나는 왜곡된 남근중심주의적 포르노물의 범람이 그 예다. 건강한 일상의 재미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러운 정서적 교류가 박탈된 한국 남자들의 의사소통 장애가, 범람하는 안마시술소, 퇴폐이발소의 진짜 원인인 것이다. 이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국의 각종 변태영업은 성매매 금지법 따위로는 절대 해결할 수도, 해결될 수도 없는 일이다.


만지고 만져질수록 자신과 상대방의 존재는 커진다. 상호작용적 존재감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해결책은 ‘엄한’ 특수부위만 자꾸 커지게 한다.


어쨌든 만질수록 커진다. 어느 부위든.


 김정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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