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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체제에 도전하는 서적들을 간행하지 못하게 하는 노골적인 검열 방법을 통해 각종 정보를 대중으로부터 차단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검열 양상은 예전과 사뭇 다르다. 이제는 예전처럼 정보를 차단하지 않고 정보(불필요한)들을 무차별적으로 범람시키는 검열 방법을 택했다. 이 방법은 현재까지도 아주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무의미한 각종 정보들 속에서 사람들은 정작 중요한 정보가 어떤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텔레비전 채널이 늘어나고 인터넷TV가 생겨나고 한 달에 수천 종의 소설이 쏟아져 나오며, 온갖 종류의 비슷한 음악들이 어느 곳에나 퍼져 나가는 상황에서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움직임을 찾아보기란 매우 힘들게 되었다. 설령 새롭고 독창적인 움직임이 출현한다 해도 대량 생산되는 찌꺼기 정보들 속에 묻혀 버리고 만다.


결국 이 거대한 찌거기 속에서 대충매체가 만들어 낸 상품들만이 살아 남는다. 사람들은 그 상품이 가장 인기가 좋다는데 있어서 마음놓고 무차별적이고 맹목적으로 소비한다. TV에서는 오락/쇼, 문학에서는 자전적인 사랑 이야기 또는 뻔한 자기계발서, 음악에서는 <수려한 육체를 지닌>사람들이 단순한 선율에 담아 제시하는 사랑 노래들이 판친다.


과잉은 창조를 익사시키고 비평은 마땅히 이 예술적 범람을 걸러 낼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홍수 앞에 주눅 들어 버린다. 이 모든 것이 빚어 내는 결과는 자명하다. 기성체제에 도전하는 새로운 것이 전혀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이러한 찌꺼기에 소모하고 있음에도 결국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via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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