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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학자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다.


1920년대 중반 베를린 대학교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 시작되었다. 대학 관계자 여러 명이 식당에서 한 명의 웨이터에게 점심을 주문했는데, 웨이터는 이들의 주문을 메모도 하지 않았다고한다 . 그럼에도 주문한 음식은 정확하게 나왔고, 사람들은 그의 정확한 기억력에 감탄했다. 사람들은 식사가 끝나고 자리를 떴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자리에 두고 온 물건을 찾으러 식당으로 다시 갔다. 그는 아까 그 웨이터의 뛰어난 기억력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웨이터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느 자리에 앉았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어떻게 그토록 짧은 시간에 전부 잊어버릴 수 있느냐고 묻자, 웨이터는 음식이 나와 서빙을 할 때까지만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열심히 완벽하게 공부해 학교 중간고사를 풀고 나왔다고 하자, 그 학생은 아무런 지체없이 술술 문제를 풀어나갔기에 시험장을 나와 풀었던 문제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학생은 한 문제에 10분씩 고민하지만 문제를 완벽하게 풀지 못하고 시험장을 나왔다. 이 학생은 방금 고심했던 문제가 머릿속에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남는다.


위 처럼 인간의 기억은 완성된 일과 완성되지 않은 일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끝마치지 못하거나 완성하지 못한 일을 마음속에 계속 떠오르고, 그 일을 완성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면 마음속에 남았던 이러한 미진함은 곧잘 사라진다는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해하기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임의로 한 가지 음악을 선택해 듣다가 중간에 꺼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마음속에서 어느 순간 그 노래가 떠오른다. 하지만 노래를 끝까지 들으면 마음은 저절로 빗장을 닫는다. 심리학자들은 연구 끝에 자이가르닉 효과는 무의식이 의식에게 '계획을 세우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알게된다. 스스로 계획을 할 수 없는 무의식은 그 대신 의식에게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 그리고 기회에 대한 계획을 세우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일단 계획을 세우면 무의식은 의식을 더 이상 체근하지 않는다.


만약 할 일이 150가지나 쌓여 있다면, 자이가르닉 효과의 영향으로 이 일에서 저 일 사이로 정신없이 뛰어다닐 수 밖에 없다. 일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면 무의식은 정돈되지 못한다. 화요일 아침 회의 이전에 읽어야 할 메모가 있다면, 무의식은 그 다음에 정확히 무엇을 어떤 상황에서 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한다. 하지만 일단 계획을 세우면 그 다음엔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체크리스트에 150가지 일이 쌓여있지만 이 순간 당신의 무의식은 고요하다.


via 로이 F. 바우마이스터, 존 티어니 <의지력의 재발견>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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