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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대한민국 같은 경우는 없다. 이렇게 짧은 기간, 이렇게 우뚝 선 나라는 없다. 충분히 자랑스럽다. 하지만, 그건 거기까지다. 빨리 흥한 나라일수록 빨리 망한다. 정말이다. 아이들의 세계사 책의 연보만 살펴봐도 이는 분명해진다.


왜 그럴까? 한 시대를 발전시켰던 동력은 그 다음 시대에는 발전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프랑크푸르트학파는 ‘역사의 변증법' 이라고 했다. 근대성이라는 역사적 발전을 가능케 했으나 새로운 시대정신에 미치치 못한 유럽의 ‘계몽주의’는 결국 나치즘이라는 야만의 형태로 몰락했다.


마찬가지다. 20세기 후반, 역사상 유례없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능케 했던 동력은 다음 시대의 발목을 잡게 되어 있다. 산업사회의 압축성장을 가능케 했던, ‘근면, 성실'이라는 가치가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를 가로막는다는 이야기다. 근면,  성실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참고 인내하는 근면 성실은 아무 소용없다는 뜻이다. 참고 인내하는 방식으로는 누구도 창조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21세기 가장 불쌍한 사람은 근면, 성실하기만 한 사람이다. 산업사회에는 근면, 성실해야 했다. 모든 가치는 노동하는 시간만큼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에는 더 이상 노동시간이 가치를 창출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근면, 성실해도 기계보다 더 빠를 수 없다. 아침형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념적 전제가 이미 올드하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극대화된 영역이 예술이다. 근면, 성실하기만 한 예술가를 봤는가?


근면, 성실한 산업사회에서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었다. 그러나 재미가 시대정신인 21세기는 다르다. ‘나는 놈'위에 ‘노는 놈’ 있다.


김정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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