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테크


제 웬만한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샤오미 스마트폰. 얼마 전 중국에선 삼성을 제치고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샤오미 CEO 레이쥔(雷军)은 올해 2월 중국 기업가 포럼에 참석해 “현재 인터넷을 이용한 부동산 시장 변화를 모색중이다”고 발표했다. 소프트웨어&전자 회사에서 부동산이라니, 이를 들은 많은 부동산 관계자들은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11일 뒤, 샤오미 공식 웨이보(중국의 트위터)에선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샤오미 아파트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 이후 이와 관련한 별다른 소식이 없자 많은 이들은 그저 농담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8월, 중국 창업자들의 협업 공간인 차고(车库)카페의 창업자 쑤디(苏菂) 사장의 소개를 받은 레이쥔은 ‘You+ 국제청년아파트’에 시리즈 A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 결정은 단 5분 만에 이뤄졌고 레이쥔 사장이 직접 고문을 맡기로 했다. 그가 보기에 You+아파트 투자는 샤오미 스마트폰을 더욱 거대한 사업으로 만들어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You+ 국제청년아파트의 특이한 입주자 기준


1. 45세 이상 입주 불가 

2. 자녀가 있는 부부 입주 불가

3. 비사교적인 사람 입주 불가


You+ 아파트는 ‘젊음’이라는 테마를 가지는 조금은 특이한 형태의 아파트다. 그래서 입주 대상자도 45세 미만의 청년 그룹이고 원룸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가족 단위로는 입주가 아예 불가능하다. “청년들이 함께 사는 공간“이라는 모토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현재 중국 광저우(广州) 지역 2곳에 지어졌다. 총 200세대를 분양할 수 있다. 


광저우의 봉황 신도시 지하철역 A 출구로 나와 번잡한 거리를 지나면 8층 높이 건물에 걸린 You+ 간판이 보인다. 노란색 바탕의 You+ 간판은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디자인이다. 아파트는 짙은 회색의 다소 투박한 색깔을 입혔지만, 유행을 놓친 느낌은 주지 않았다.


국제청년아파트 전경


광저우 해주구 도심은 시끌벅적한 곳이라 불리긴 힘들다. 주위를 돌아보면 도로 양측에 들어서 있는 낡은 건물, 무심히 오가는 자동차들과 대로변의 드문 인적이 이곳의 평범함을 말해준다. 먼지 날리는 야외 주차장은 그다지 활력 있어 보이진 않는다. 


사실 You+청년아파트는 기숙사라 부르는 게 더 적절하다. 창고였던 건물을 개조해 사무 공간으로 쓰였다가 현재의 젊은이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로 바뀐 것이다. You+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 아파트의 까다로운 입주자 기준만큼 특이한 잠금 방식 때문에 당황해 한다. 아파트 정문은 1.5m 폭의 유리로 되어 있다. 하지만 열쇠를 꽂는 곳도, 카드를 대는 리더기도 없다. 


비밀은 정문 옆에 있는 낡은 철제 휴지통에 있다.


휴지통 뚜껑 안쪽에 출입 카드를 대면 아파트 대문이 열린다. 이런 특이한 방식의 아파트 출입은 정문뿐만이 아니다. 정원, 헬스장, 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모든 문엔 소화전, 핀볼머신 같은 곳에 문을 여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3색 버튼을 정해 놓은 순서에 따라 밟아야만 문이 열리는 방식이 가장 독특하다.


정해진 색상 순서대로 밟아야만 문이 열린다. 무심코 밟았다간 문전박대를 당할수도.


왜 이런 복잡한 방식을 선택했을까. You+ 창업자 리우양(刘洋)은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톡톡 튀는 내부 설계를 통해 젊은 친구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주기 위함이라 설명한다. 또 첫 방문이라면 도통모를 출입 방식은 거주자들의 안전과 귀속감을 더해주고 그렇게 형성된 안락함과 편안함은 구성원들의 더욱 활발한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You+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들이나 자신의 꿈을 찾아 외지에서 유랑하는 청년들에게 일명 ’가성비’ 좋은 거처를 제공한다. 그들이 You+에 살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더 많이 알게 되고 자연스레 ‘고향 집’ 같은 느낌을 준다. 



You+ 내부를 거닐다 보면 단순한 거주 공간이라 보기엔 너무나도 독특한 것들이 많다. 드넓은 1층 로비엔 당구대, 헬스클럽, 술집 그리고 80인치의 대형 스크린을 갖춘 강당이 자리하고 있다. 로비보단 젊은이들을 위한 대회의실에 가깝다. You+ 국제청년아파트 설계의 가장 큰 특징은 방 크기를 조금씩 할애해 만든 300평방미터의 넓은 로비에 있다. 이는 You+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퇴근 후 각자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게 아니라 로비에 한데 모여 어울리는 젊은 청년들을 의미한다. 이곳에서 술을 먹거나 영화를 보고, 포켓볼은 물론 Xbox 360으로 게임도 한다. 생일, 할로윈데이 같은 기념일에 열리는 파티도 빼놓을 수 없다. 그야말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교류의 장이다. 


1층 로비 술집


You+의 로비는 매일 밤 9시 즈음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할로윈데이였던 얼마 전 한차례 큰 파티가 열렸다. 미라, 좀비 등으로 분장한 You+ 거주민들은 잠 못 이루는 추억을 만들었다. 어떤 이는 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놀래키며 고양된 기분을 표현하기도 했다. 


할로윈데이 You+의 괴물들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가면 100여 개의 방이 있다. 10평 남짓한 작은 방이지만 공중에 떠 있는 듯한 2층 침대, 캐비닛, 화장실 등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오목조목 모두 갖췄다. 각 방엔 밝은 빛이 들어오는 커다란 창문이 있어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다. 더 중요한 건 방 꾸미는 것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벽지를 갈거나 페인트칠도 할 수 있다. 방을 뺄 때 원래대로 돌려놓을 필요도 없다. 벽에 낙서를 했어도 보증금은 그대로 돌려준다. 



하지만 한 가지 없는 게 있다. 바로 주방이다. 20~30대 대부분 식당에 가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You+에서 점심과 저녁을 직접 제공한다. 가격은 한 끼에 2천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1층엔 공용 주방이 있어 요리 실력을 뽐낼 수도 있다. 


You+의 한 달 임대료는 2000~3000위안으로 비슷한 조건의 주변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저렴하다. 비단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유행에 민감한 젊은 임대족들을 끌어들이는 흥미로운 요소들과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독립된 생활 공간을 충족시켜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You+ 거주자인 쳔민(陈敏)은 올해 6월 이곳으로 입주했다. 2년 전 그가 주변의 한 아파트에 살았는땐 옆집 이웃의 이름은 커녕 누가 사는지도 몰랐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두꺼운 벽에 의해 차단됐던 셈이다. You+로 이사 오고 나서부터 그는 전국 각지에서 온 수많은 또래 거주민들을 만났다. 그는 You+에 있으면 대학 시절 기숙사 생활의 떠들썩한 열기를 매일 저녁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틀 전 새벽엔 갑자기 배가 고프더라고요. You+ 그룹 채팅 창에 출출하다 외쳤더니 자기 방에 먹을게 많다는 말풍선들을 보며, 뭘 먹을까 한참 동안 고민했어요.”

“한번은 감기 때문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친절한 You+ 이웃들이 약도 주고 죽도 만들어 줬어요, 전에 살던 아파트에선 상상도 못할 일들이었죠.”


You+ 거주자들만의 이런 친밀한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들 뒤에서 이뤄냈던 수준 높은 관리 체계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45세 이상 입주 금지, 가족 단위 입주 금지와 비사교적인 사람은 입주하지 못하는 3禁 원칙은 사실 You+의 사업 범위를 축소시키는 자기잠식적인 규칙들이다. 이에 리우양 사장은 모두 특정한 목표를 가진 계획의 부분이라 설명한다. 


 “45세 미만의 독신만 입주하는 원칙은 대부분 사회 초년생인 젊은이들의 생활 습관이 비슷하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공략했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원칙은 일종의 거주자 심사를 위한 지표다, 입주 전 면담을 통해 더 나은 사교성을 보여준 사람은 방 배정을 더 빨리 받을 수 있다.”

“입주후엔 KPI평가가 이뤄진다.”


잠깐, KPI? 아파트 세입자에게 KPI 지표라니 조금은 어리둥절한 느낌이다. 


“소셜이나 커뮤니티 활동 등을 참고해 신규 세입자가 한 달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사귀었는지 판단하는 것도 포함된다, You+ 거주자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You+ 국제청년아파트에선 매달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한다. 같은 나이, 같은 고향, 같은 전공, 같은 층, 같은 취미를 가진 5동(同, 같을 동; 같다는 의미) 모임부터 생일, 기념일(성탄절, 할로윈데이, 빼빼로데이), 야외활동(축구, 리프팅)은 물론 아파트 옥상엔 화덕까지 설치돼 있어 You+ 생활에 다채로운 재미를 십분 더해준다.


1층 로비 벽엔 You+ 세입자들의 즐거움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



You+ 아파트가 강조하는 ‘즐거움’은 모두 무엇을 위한 것일까? 아파트 내부를 거닐다보면 많은 청년들이 노트북 스크린을 보며 무언가 열심인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어떤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는 모양세다. 실제로 You+에 거주하는 20~30%는 젊은 창업가다. 매일 저녁 로비에 모여 프로젝트의 진행 사항과 기술적인 어려움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더 중요한 건 이곳에 법률, 마케팅, 인터넷,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영역의 인재들이 모여있다는 점이다. 이런 인재들의 귀중한 재능이 모이면 1+1>2의 효응을 얻을 수 있다. 


평범한 건물을 아파트로 개조해 임대하는 사업은 사실 그리 신선한 아이템이라 볼 수 없다. 이런 You+ 국제청년아파트의 성공은 냉랭하기만 하던 이곳을 시끌벅적한 커뮤니티로 변모시켰다는 점, 사람과 사람의 장벽을 허물어버린 점에 있다. 리우양 사장 역시 젊은 시절 외로운 타향 생활을 경험했다. 그래서 고독한 생활과 부담스러운 임대료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런 부담들은 자칫 열정으로 가득 찬 청년들의 의욕을 꺾게 만든다. You+는 이런 문제를 겨냥한 최고의 거주공간이자 활력소다. 


“수많은 개발업체들이 주장하는 주거공간 속 최고의 서비스는 일단 분양되고 보면 시멘트벽의 냉랭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리우양은 얼마전 레이쥔 CEO를 만났다. 당시 레이쥔은 그에게 이런 당부를 했다고 한다.


"당장 You+ 국제청년아파트가 수익을 내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조성에 집중하고,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더 많은 청년이 You+에 참여토록 해야 한다."


요즘 You+는 신규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You+ 아파트를 기반으로 '국제창업단지'를 조성, 저렴한 가격에 사무공간을 임대하여 무한한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을 끌어모아 자원의 통합을 이루는 것이 골자다. 벤처 자본과 성공한 창업가들을 You+ 창업 단지로 유치해 자본과 아이디어가 만나는 창업 인큐베이터가 될 날도 그리 멀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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